Apple
홍천

사과꽃이 피었다

작년에 홍천에 사과 나무를 심었다. 루비에스라는 종인데 예쁜 이름에 맛도 달고 크기도 작아서 귀엽기까지 하다. 3년생을 심어서 바로 수확해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처음부터 키워보고 싶었다. 물론 씨앗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1년생 나무를 홍천땅에 심기로 했다. 농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어쩌다가 나무까지 심게 되었다. 원래는 집을 지으려고 했다. 조용한 산중턱에 작고 귀여운 집을 지어서 큰 뿌듯함을 느끼고 싶었다. 우리에게 율이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집을 짓기도 전에 아내가 아기집을 지어버린 것이다.

율이의 존재를 알게된 후에는 방향을 바꿨다. 집을 짓기보다 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한 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땅을 찾고 괜찮은 디자인의 컨테이너를 쉼터로 정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농사까지 짓게 되었고 사과 나무를 심고 이렇게 두 번째 해에도 사과꽃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꽃들 대부분을 따내야 한다. 아직 2년생 나무이기 때문에 나무가 열매를 맺는 데에 힘을 쏟게 하면 뿌리와 줄기가 자랄 에너지가 모자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도 테스트로 몇 개의 꽃은 남겨두고 꽃을 다 따버렸다. 정말 이렇게 하면 나무가 더 튼튼하게 자라서 내년에는 사과를 수확할 수 있는 걸까? 기대가 되기도 하는데 걱정도 되고. 내년에 3년생 나무를 사서 심게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뭐 그것도 사실 나쁘지는 않다. 이제는 우리 가족이 즐거운 땅이 되었으면 좋겠으니까.

아, 그래서 이번에 우리 가족이 홍천에 가서 셀릭스도 심었다. 1미터 정도 되는 셀릭스가 포트로 7천원에 팔길래 가서 3그루만 달라고 했다. 율이 나무, 아내 나무, 내 나무 이렇게 세 그루만 사기로 했다. 나무 시장에 가서 21,000원을 결제하고 나무를 받으러 갔다. 낮은 키의 셀릭스가 아주 예쁘게 동글동글 자라 있었다. 겨우 7천원인데 이렇게 예쁜 나무가 있었나 싶었는데 직원분이 전화로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더니 차를 타고 옆 블럭으로 이동하라며 내게 손짓했다.

거기서 받은 건 손가락 마디 정도의 줄기에 초라한 이파리들이 달린 정말 7천원짜리 셀릭스였다. 역시 이상했다. 아마도 내가 본 예쁜 셀릭스는 한 그루에 적어도 5만원은 할 것 같다. 돈을 좀 쓸 걸 그랬나 싶다가도 율이랑 같이 자라는 나무라고 생각하니 7천원도 꽤 괜찮은 것 같다.

나중에 율이가 커서 나와 같이 집을 지으면 정말 기쁠 것 같다.